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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강박이 있는 정물, 2020
정덕현, 강박이 있는 정물, 2020

정덕현
강박이 있는 정물
2020
종이에 연필, 먹, 호분, 겔미디엄
91x91cm


정덕현 작가는 회화를 이미지를 생산하는 기술이자 의미를 부여하는 장으로 바라보며, 동일한 형상 안에서 감상자의 시선과 맥락에 따라 변주되는 해석의 가능성에 주목해 왔습니다. 그의 작업은 특정 주제를 고정된 의미로 전달하기보다, 같은 화면이 어떻게 다른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지 실험하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이번 <OO이 있는 정물>연작은 이러한 태도가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작업입니다. 작가는 동일한 정물 이미지를 같은 구도와 색채로 그리고, ‘진실이 있는 정물’, ‘거짓이 있는 정물’, ‘혐오가 있는 정물’, ‘연대가 있는 정물’ 등 서로 다른 제목을 붙입니다. 관객은 변화 없는 형상 속에서 제목이 환기하는 정서와 생각의 차이를 경험하게 되며, 이는 회화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의미를 생산하고 전환하는 매체임을 드러냅니다.

작품에는 종이와 먹 등 동양화 재료가 사용되었지만, 전통 회화의 재현이나 수묵 표현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이러한 재료는 화면의 질감과 밀도를 형성하는 실험적 수단으로 작동하며, 회화와 해석의 관계를 보다 섬세하게 드러내는 매개가 됩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전통과 현대, 형상과 의미 사이의 유연한 경계를 탐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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