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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Bridging, 2024
박예림, Bridging, 2024

박예림
Bridging 
2024
한지에 먹과 모래
58x104cm


박예림 작가는 전통 수묵의 필법과 여백 개념에 모래의 물성을 결합해 독자적인 화면을 구축합니다. 〈Bridging〉에서 화면을 가로지르는 흐름은 바람에 쓸린 사구나 퇴적층을 연상시키며, 고체와 액체, 고정과 변화의 경계를 오가는 자연의 움직임을 담아냅니다.
작가는 한지를 바닥에 두고 투명한 판 위에서 순간적으로 그어진 먹의 획을 찍어낸 뒤, 묽게 번진 먹이 바탕지의 결을 따라 스며들게 합니다. 그 위에 모래를 덧입히고 다시 털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종이, 모래, 먹의 결을 교차시킵니다. 이러한 겹침은 서로를 가리고 드러내며, 마치 모래밭 위에 직접 붓질한 듯한 깊이와 착시를 만들어냅니다.

〈Bridging〉은 전통 수묵이 자연을 재현하는 단계를 넘어, 자연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화면에 구현합니다. 먹의 번짐과 모래의 질감은 바람과 물, 시간의 흐름을 떠올리게 하며, 정지된 이미지 속에서도 지속적인 운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이처럼 박예림 작가는 전통적 재료와 기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재현의 범위를 확장하고, 수묵이 오늘날에도 살아 있는 창작 언어로 변주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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