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오
건조한 땅
2025
장지에 채색
162.2x130.3cm
양지오 작가는 장지와 수묵, 채색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내면적 휴식과 위로의 공간을 섬세하게 그려왔습니다. 전통 재료의 물성을 살리면서도 화면을 액자형 무대처럼 구성하여, 현실과 비현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현실적 장면을 연출합니다.
작품의 출발점은 종종 여행지에서의 기억이지만, 작가가 궁극적으로 담아내는 것은 다원화된 현대 사회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가 주는 부담과 피로,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 홀로 숨쉴 수 있는 은신처에 관한 것입니다. 이는 안전하고 고요한 휴식처이자 심리적 방어막으로 기능하는 상상의 장소로 사건이 일어날 수도, 혹은 아무 일도 없을 수도 있는 열린 상태로 표현됩니다.
화면 속 푸르고 어둑한 덤불, 냉기를 머금은 물, 이질적인 사물의 병치는 자연적 풍경 속 작은 균열을 만들며 관객의 상상을 자극하는데, 특히 평면적인 색면 처리와 저채도의 색감은 고요함 속에 은근한 긴장감을 더하곤 합니다.
현대 수묵의 관점에서 볼 때, 양지오의 작업은 전통 수묵화의 미감과 현대적 연출이 만나는 지점에서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 그리고 잠시 숨 고를 수 있는 내면의 공간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