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아
Move On
2025
장지에 채색, 꼴라쥬
142x200cm
조민아 작가는 분열과 연대, 갈등과 공존이 교차하는 현대 사회를 날카롭지만 동시에 부드러운 시선으로 포착합니다. 화면 속 인물들은 명확한 기승전결 없이 각기 다른 행동을 하며, 하나의 장면 안에서 부조리와 긴장, 그리고 연대의 가능성을 함께 드러냅니다. 평면적이고 담담한 묘사, 중간색 위주의 채색, 분채가 스며든 질감은 차분한 인상을 주지만, 그 안에는 부러진 나무 기둥, 출처를 알 수 없는 작은 공들, 전경 하단에서 불쑥 나타난 티팟을 든 손 등 불안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숨어 있습니다. 이러한 대비는 조용하지만 결코 평온하지 않은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이와 같은 장면 연출은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친숙했던 그림책과 만화의 서사성을 회화에 결합한 방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주연과 조연이 한 장면에 공존하고, 복수의 사건이 병렬적으로 전개되는 구성은 종교화나 기록화를 연상시키며, 관람자가 각 인물의 관계와 상황을 스스로 해석하도록 이끕니다.
이처럼 조민아 작가는 주변에서 마주하는 구체적 장면에 주목하며, 오늘날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침묵과 긴장을 화면에 담습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고, 작품은 새로운 서사의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