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의
평범한 ■씨의 휴가 1
2023
장지에 혼합매체
130x194cm
현승의 작가는 아름답게 포장된 표면 뒤에 감춰진 현실을 예리하면서도 절제된 시선으로 포착합니다. 화면 속 풍경과 사물들은 한눈에 보기에는 고요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자본주의적 개발, 역사적 상흔, 환경 파괴와 같은 불편한 현실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검정의 농담과 목탄과 파스텔이 만들어내는 깊은 밀도는 침묵 속에 북적이는 이야기들을 함축하며, 그 고요는 결코 평온하지 않은 세계를 드러냅니다.
이와 같은 장면 구성은 작가가 제주도라는 공간에서 발견한 다층적인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관광지의 낭만적 이미지와 그 이면에 자리한 불편한 진실—무분별한 개발, 잊힌 기억, 배제된 목소리—을 병치하며, 관람자가 스스로 그 관계와 맥락을 해석하도록 유도합니다.
또한 한지와 먹을 비롯한 동양화 재료의 사용과 원형 구도의 화면은 작품을 전통적이면서도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확장시키며, 기록화적 성격과 현대적 사회 비판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이처럼 작가는 현실의 모순과 불안을 응시하며, 동양화적 감수성과 사회적 성찰이 공존하는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현승의의 작품은 단순한 풍경이나 서사의 재현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복잡한 층위를 시각화한 기록이자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