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현(朴崍賢, 1920~1976)
<새벽>, 1970-73년, 종이에 동판화(edition AP), 45.2×36.3cm, 집현재 소장
채색화로 시작한 박래현은 늘 새로운 화면을 지향하였다.
그러나 동료 화가이자 남편인 김기창의 귀이자 입이 되었고, “아침 6시쯤 일어나 기저귀 빨기, 밥 짓기, 청소하기, 아침 식사가 끝나면 이것저것 치우고, 닭의 치다꺼리, 아기 보기, 정오면 점심 먹고, 손이 오면 몇 시간 허비하고, 저녁 먹고 곤해서 좀 쉬는 동안에 잠이 들면 자 그러면 본업인 그림은 언제나 그리나.” 탄식하던 시간에 쫓기던 작가였다.
1960년대 후반 박래현은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프랫 그래픽아트센터에서 공부했고, 밥 블랙번 판화연구소에서 본격적으로 판화 작업을 했다. 판화에 한국화의 재료와 기법을 융합한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였으며, 특히 동판을 부식시키고 긁거나 파내 만든 작품들은 당시로서는 선구적인 미디어 작업이었다. 이 작품은 판화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새벽이 밝아오는 어둠 속에서 여명을 나타내는 깊고도 오묘한 색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