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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아, 단정한 다짐, 2022
한상아, 단정한 다짐, 2022

한상아 Han SangA
단정한 다짐
2022
광목, 먹, 실, 솜
160x120cm


한상아 작가는 동양화 재료인 먹과 광목천, 그리고 손바느질이라는 매체를 통해 삶과 감정,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시각화해왔습니다. 출산과 육아, 그리고 작가로서의 활동을 병행하며, 여성성과 모성, 창조성 사이의 균형 속에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습니다. 

한상아는 특히 먹과 물, 천이라는 전통적인 유기적인 재료를 통해 우연성과 흐름, 정착의 과정을 함께 담아냅니다. 작가에게 있어 먹은 단순한 그리기의 재료를 넘어, 방향을 알 수 없는 흐름 속에서도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생명체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붓끝의 움직임을 따라 광목천 위를 표류하다가 마침내 정착하는 먹의 궤적은, 환경에 흔들리면서도 결국 제 자리를 찾아가는 존재의 여정과 닮아 있습니다.

이러한 작가의 태도는 작품 <단정한 다짐>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화면 중앙에는 뒷모습의 여성 누드가 손을 뒤로 모은 채 서 있으며, 마치 내면을 응시하듯 고요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궁을 연상시키는 검은 타원형 안에 둘러싸여 있고, 배경의 원형은 생명과 우주의 순환, 시간의 연속성을 암시합니다.

한상아는 신체를 단순한 외형이 아닌, 자기와 세계를 잇는 감각적 매개로 바라봅니다. 특히 여성의 몸은 생명을 품는 공간이자 정서의 그릇으로서, 생물학적 의미를 넘어선 상징적 무게를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작품 속 여성은 침묵 속에서도 단단히 서 있는 주체로서, 그녀의 뒷모습은 세상을 향한 다짐이자 자신을 향한 조용한 약속처럼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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