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수
이름으로부터
2022
장지위에 수묵 수간 채색
162x130cm
나지수 작가는 전통 수묵의 기법을 빌리면서도 ‘영원’과 ‘불변’을 지향하는 전통적 문법 대신, 동시대의 유한성과 관계의 역학을 탐구합니다.
<이름으로부터> 속 인물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히고 풀리며 서로의 몸을 스치지만, 완전히 겹쳐지지 않은 채 존재합니다. 이는 개인의 삶이 고립된 듯 보여도 역사적·사회적 조건 속에서 필연적으로 관계 속에 놓여 있음을 드러냅니다. 그 안에는 인류의 연대와 공생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관계가 남기는 감각적·정서적 흔적을 기록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먹과 담채가 층층이 쌓인 화면은 개인과 집단, 나와 너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에서의 공존과 불안을 담아내며, 전통 산수화가 이상화한 자연 대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 공동의 위기를 시각화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대 수묵이 과거의 보수적 형식을 넘어, 동시대의 관계성과 감각을 반영하며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인물들의 미묘한 거리와 연결을 현대 수묵의 언어로 풀어내어, 동시대적 현실을 화면 속에 자연스럽게 담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