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한솔
표준을 위한 체계적인 훈련방법들
2022
장지에 먹과 스프레이
150x150cm
노한솔 작가는 일상에서 접하는 정보·이미지·언어가 우리의 인식과 판단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탐구합니다. 작가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언어가 단순한 전달 수단을 넘어 시각적 이미지로서 기능한다고 바라보고, 장지에 먹과 스프레이, 텍스트를 결합하여 화면을 구성합니다. 익숙한 표지판, 경고문, 광고 문구 등을 화면에 배치하거나 변형함으로써, 고정된 의미와 정의의 경계가 흔들리는 순간을 표현합니다.
<표준을 위한 체계적인 훈련방법들>은 전면을 향해 걸어오는 강아지 모습과 다섯 개의 지침문으로 구성됩니다. “반응해주지 않는다”, “쳐다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간다”와 같은 지시문은 행동을 규율하는 매뉴얼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관람객에게 그 규율의 필요성과 목적을 되묻고 있습니다. 또한 먹의 번짐과 스프레이의 질감은 전통 수묵의 여백과 농담을 현대 사회의 심리적 긴장과 결부시키며, 회화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사회적 맥락과 인식 구조를 해체하는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이 노한솔의 작업은 전통 한국화의 물성과 기법을 유지하면서도, 동시대의 규율, 관계 등을 비판적으로 담아내어 현대 수묵이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서사와 언어를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