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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기, 노마십가(駑馬十駕), 2022
정민기, 노마십가(駑馬十駕), 2022

정민기 Jung Mingi
노마십가(駑馬十駕)
2022
광목, 솜을 재봉틀과 손바느질로 드로잉, 폐목, 나무빗, 실
41x30x51cm


정민기 작가는 바늘과 실, 그리고 자연에서 수집한 재료들을 통해 생명과 소멸, 기억과 회복에 관한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노마십가>는 '재주가 없어도 꾸준히 노력하면 마침내 훌륭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의 고사성어에서 착안한 제목으로, 생명력과 지속성, 그리고 존재의 복원을 향한 작가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작가는 죽은 나뭇가지와 같은 폐기된 재료들을 엮고 꿰매어,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선 회화적 드로잉으로 재탄생시킵니다. 특히 바느질이라는 느린 수공의 과정을 통해 동물의 형상으로 재구성된 이 구조물은, 멈춘 생명에 대한 애도와 동시에 또 다른 생명의 순환을 염원하는 작가의 조형적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노마십가>에 등장하는 말은 다리를 뻗고 전진하려는 듯한 역동성을 지니며, 나뭇가지의 뾰족한 선과 꿰맨 천의 부드러운 질감이 어우러져 독특한 시각적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산을 오르며 죽은 나무를 수집하고, 흙으로 천을 물들이며, 실로 찌르고 꿰매고 이어붙이는 일련의 행위는 작가에게 있어 침묵과 소멸을 어루만지는 제의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정민기 작가의 작품은 잃어버린 생명들을 기억하고, 사라진 존재들의 흔적을 통해 다시 살아 숨 쉬는 세계를 상상하게 합니다. 흩어진 조각들을 다시 잇고자 하는 그의 손끝에는 자연에 대한 경외, 생명에 대한 애도,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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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정민기, 노마십가(駑馬十駕),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