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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승, 전생담 제9번, 2024
임동승, 전생담 제9번, 2024

임동승 Lim Dongseung
전생담 제9번 
2024
캔버스에 유화
220x446cm


임동승 작가는 일상의 기억과 환상, 영화와 문학, 미술사적 이미지 등 서로 다른 출처에서 떠오른 장면들을 하나의 화면 안에 재구성하는 회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전생담 제9번>은 제목처럼 부처의 전생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하나의 서사를 묘사하기 보다는 그 이야기에서 연상된 인상과 감각을 시각화한 작품에 가깝습니다. 화면 중앙에는 이제 막 폭발하기 시작한 기묘한 분홍빛 구조물이 자리하고, 그 주변에는 불길이 이는 숲을 날아오르는 초인적 존재, 곰 인형, 새 등이 등장합니다.

마치 낯선 꿈의 한 장면처럼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초현실적인 구성은 작가가 밑그림을 위해 종이에 드로잉을 이어붙이며 상상한 이미지에서 출발했습니다. 예를 들어, 새를 그린 뒤 곰을 그리고자 했을 때, 부족한 종이에 새 종이를 덧대는 순간, 부처의 전생담 중 원숭이 왕이 다른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미지가 불현듯 떠올랐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임동승에게 회화는 단순히 이미지를 재현하는 행위가 아니라, 시간과 기억, 무의식의 파편들이 감응하며 모습을 드러내는 하나의 매개 장치입니다.

이미지가 떠오르는 시간과 그것을 바라보며 해석하는 시간, 이 두 시간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관람자는 자신도 모르게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의 기억과 존재 또한, 서로 느슨하게 연결된 파편적인 장면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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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임동승, 전생담 제9번,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