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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승, 가족사진, 2023
임동승, 가족사진, 2023

임동승 Lim Dongseung
가족사진 
2023
캔버스에 유화
65x91cm


임동승 작가의 <가족사진>은 하나의 이미지를 또렷하게 재현하기보다,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회화적 사유가 응축된 작품입니다.

작가는 화면을 가로와 세로의 그리드로 나눈 뒤, 일정한 크기의 붓질을 반복해 점을 찍듯 화면을 구성해 나갑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흐릿하게 인물의 형체가 떠오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각 붓질은 독립된 색면으로 분리되고, 그 사이사이 놓인 작은 빈틈들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작가는 이 회색의 빈틈, 즉 그려지지 않은 미세한 여백에 주목합니다. 이 빈틈들은 언뜻 보기에는 아무 의미 없이 놓여 있는 듯하지만,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그림의 바깥, ‘그림 아닌 것’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가족사진>은 기억 속에 저장된 얼굴이나 장면처럼 또렷하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이미지의 구조를 담고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점의 집합이고, 멀리서 보면 형상이 떠오르는 이 작업은, 보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시선의 거리를 조절하게 하며 ‘회화란 무엇을 재현하는가’보다 ‘어떻게 존재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작품 속 빈틈은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감각을 열어주는 창이며, 우리가 기억을 떠올리는 방식과 시각적 인식의 구조에 대한 작가의 깊은 탐색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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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임동승, 가족사진,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