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영 Park Jongyong
Marionette Project 5-Telescreen 2021
2021
홍송, 미송, 월넛, 아두이노 보드, 서보모터, 블랙박스 카메라, 소형모니터
가변설치
박종영 작가는 목조각과 디지털 장치를 결합해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인터랙티브 키네틱 아트를 선보여 왔습니다. 그는 기술 환경이 인간의 정체성과 자유 의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각적 장치로 탐구하며, 디지털 시대의 감시와 통제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번 작품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감시 장치 ‘텔레스크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소설 속 국가 오세아니아는 이 장치를 통해 모든 시민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권력을 유지하는데, 이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들이 수행하는 역할과도 닮아 있습니다.
관객은 작품 내부의 조이스틱을 조작해 거대한 안구 조각을 움직일 수 있으며, 그 시선은 전시장의 다른 관람객들을 따라가며 소형 모니터를 통해 투사됩니다. 이 감시의 시선은 수동적 관찰이 아니라, 적극적인 조작과 참여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타인을 지켜보는 시간, 그리고 우리가 누군가의 시선 아래 노출되어 있다고 느끼는 시간은 결코 동일하지 않습니다. 감시의 장치는 시간을 비대칭적으로 구성하며, 타인의 시간에 침입하고 그 흐름을 통제합니다. 이 조작된 시간성 속에서 개인의 존재는 끊임없이 조율되고, 수정되고, 재구성됩니다.
이처럼 박종영 작가는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의 시선이 서로 어떻게 어긋나고, 겹치고, 조작될 수 있는지를 상기시킵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순간 감시의 시선 속에 놓여 있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